모델 엘사 호크가 지난 2018년, 뉴욕에서 열린 2018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 100만 달러의 판타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다.

“관객들은 흥미 없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비난한 임원 사퇴
포브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에도 계속 성상품화”분석

세계 최고의 여성 속옷 브랜드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로망으로 인식되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퇴조하고 있다.

포브스는 "시장을 읽어라. 가장 근본적인 실패 원인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는 빅토리아 시크릿 리더십의 행태"라며 "이 브랜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여러 신호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성을 성상품화 해왔다"고 분석했다.

결국,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비하한 빅토리아 시크릿 모회사 엘 브랜드(L Brands)의 마케팅 최고경영자(CMO) 에드 라젝이 사임했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포브스 등은 라젝이 36년간 몸담아온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성전환자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평가절하해 논란을 일으킨 지 1년 만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최초로 성전환 여성 모델을 발탁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쇼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 패션쇼에 성전환 모델을 기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에 맞지 않으며 관객들은 그들을 보는 데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들에 대해 "무신경했다"고 사과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빅토리아 시크릿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속옷 브랜드의 대표 격이었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페미니즘을 내세운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의 일관적인 체형은 있는 그대로의 신체를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에 역행한다는 인식이 이미 널리 퍼졌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성적인 매력을 뽐내기 위한 갑갑한 속옷을 벗어 던지자는 움직임과도 정반대 방향이다.

실제로 빅토리아 시크릿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2013년 32%에서 지난해 24%로 떨어졌다. 저조한 판매 실적이 이어지면서 올해에만 북미에서 53개 매장을 닫기로 했다.

더이상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이 여성의 우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지난해 패션쇼의 시청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아예 쇼가 취소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전날 빅토리아 시크릿은 브라질 출신 성전환 모델인 발렌티나 삼파이우를 캐주얼 속옷인 '핑크 라인'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성전환자를 모델로 선정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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