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KBS '굿모닝 대한민국' 방송 캡쳐)

[월드투데이 박은주 기자]
퇴계이황은 첫번째 부인 허씨를 잃고 평소 존경하던 선비 권질의 딸을 둘째부인으로 맞았다. 당시 권질은 "영리하지도 못하고 부족한 딸을 맡아 달라"는 부탁했고 이황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부인 권씨는 드세고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이황에게 적잖이 어려움을 주었다. 사람들도 모자란 권씨 부인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이황은 개의치 않고 아내를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하고 공경했다.

한번은 할아버지 제삿날, 부인이 제사상에 올린 배를 치마 속에 숨기다가 형수에게 들켜 크게 꾸중을 들었다. 그때 퇴계가 나서서 아내를 감싸며 "형수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손자며느리의 잘못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귀엽게 보실거라며 용서를 구한 뒤 아내를 불러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내가 먹고 싶어서 훔쳤다고 하자 이황은 손수 배를 깎아 아내에게 건넸다고 한다.

어느날 이황이 왕의 부름을 받고 입궐하게 되어 관복을 챙겨 입는데, 관복 귀퉁이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다. 급히 꿰매 달라고 부탁하자 아내는 색깔이 어울리지 않는 빨간 색 헝겊을 덧대어 기워 주었다. 수선된 관복을 입고 입궐한 이황을 보고 사람들이 웃었지만, 이황은 껄껄 웃으며 "붉은색이면 어떤가? 붉은색은 액운을 막는다고 하지 않나"라며 아내의 허물을 덮어주었다.

둘째 부인과 사는 16년 동안 이황은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순탄치 않은 날을 보냈지만 부인을 탓하지 않고 늘 손님 대하는 마음으로 부인게게 예를 다 했다.

이황은 부부 사이에 대해 상담하는 제자에게도 "집 밖에서 있었던 온갖 울분과 괴로움을 집 안으로 들이지말고 사립문에서 마음을 정화한 뒤에 집 안으로 들어서라"고 충고했으며, 손자가 장가갈 때도 그렇게 가르쳤다.

▲ (사진: MBC '서프라이즈' 방송 캡쳐)

이런 이황이 2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조선시대의 법을 어기고 며느리의 행복을 바랐던 이황의 마음씀씀이가 공개되며 화제가 되고있다.

이황에게는 혼인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가 된 며느리가 하나 있었다. 둘째 아들이 결혼 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던 것. 이황은 어린 나이임에도 평생을 외롭게 살 며느리가 걱정스러웠지만, 조선시대의 법은 여자의 재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젊은 과부를 둘러싼 주변의 소문을 접하게 된 이황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생강을 좋아하는 자신의 식성을 파악해 생강식혜를 만든 며느리의 정성까지 무른 이황은 늦은 귀가를 트집 잡아 며느리를 집에서 내쫓았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먼길을 가던 이황은 캄캄한 밤 한 집에서 묵게 됐다. 손님인 자신을 대접하기 위해 나온 식혜를 맛 본 이황은 과거 자신이 내쫓았던 며느리를 떠올렸고, 휴식을 무르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길을 떠나는 이황의 뒤로 며느리 류씨가 눈물을 흘리며 무사귀가를 바라는 모습이 그려져 궁금증이 더해졌다.

사실 이황은 며느리 류씨가 자신의 죽은 아들을 그리워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며느리를 재가시켜 주고자 했다. 때문에 일부러 며느리 류씨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그의 늦은 귀가를 트집 잡아 집에서 내쫓았던 것.

시댁에서 내쫓긴 류씨는 죽음을 고민했지만 이내 시아버지 이황의 서찰을 발견하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서찰에는 ‘이것을 전하면 친정에서 너를 재가시켜 줄 것이다. 행복을 바란다’는 이황의 마음이 적혀있었다.

이에 류씨는 자신을 깊이 생각해주는 이황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고, 재가해 행복한 삶을 누렸다.

산속 민가에서 마주하게 됐지만 이황과 며느리 류씨는 상대방이 곤란스러울 것을 염려해 마주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나마 서로의 행복을 빌어줬다고 한다.

여성은 한 명의 지아비만을 섬겨야 한다는 조선의 법을 어기고 며느리의 재혼을 허락한 퇴계 이황은 시대의 통념을 뛰어넘은 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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