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쇼트트랙 여자 1,000m 은메달...폭풍 눈물로 설움 씻어
'엉아한번 믿어봐'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계주 결승 진출
컬링 팀 킴, 첫 승리...2연승 가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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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일명 '눈뜨면 코 베이징'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서서히 대한민국 선수들의 메달 질주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했던 황대헌 선수가 이틀 뒤인 9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 9초 21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메달 질주의 시작을 알렸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비슷하게 1,500m의 결승 레이스 또한 복잡했다. 준결승에서 무려 4명의 선수가 어드밴스를 받으면서 총 10명의 선수가 결승에서 뛰었다. 그러나 황대헌은 결승선 9바퀴를 남기고 급격히 스피드를 끌어올려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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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의 메달 질주에 최민정도 몸을 실었다. 지난밤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1분 28초 443의 기록으로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 이어 0.052초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5명의 선수 중 4위로 스타트를 끊은 최민정은 결승선 6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노려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연이어 그의 특기인 아웃코스 질주를 펼쳤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졌고 앞선 크리스틴 샌토스(미국)와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엉켜 넘어지면서 최민정은 2위로 올랐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질주를 이어간 최민정은 아쉽게도 0.0052초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은메달은 벨기에 하너 데스멋(벨기에)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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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후, 최민정은 뜨거운 눈물을 보이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폭풍 눈물'은 경기를 지켜본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최민정은 앞선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선 얼음에 걸려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을 앞둔 가운데 누구보다 이슈가 많았던 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짐작은 최민정의 마음을 꿰뚫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민정은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평창 올림픽 2관왕 최민정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다'는 지적이 평창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번엔 좀 많은 감정이 들었다"며 "금이든, 은이든 또 500m에서는 넘어진 것도 제게는 다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특히 1,000m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이 심석희와 충돌해 넘어진 종목이다. 이후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과 부딪힌 것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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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아한번 믿어봐'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계주 결승 진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결승에 진출했다.

황대헌, 이준서, 곽윤기, 김동욱으로 조를 이룬 남자 대표팀은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5,000m 준결승 2조에서 6분 37초 879의 기록으로 파이널A(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순위 변동 없이 1위를 지키며 초반 레이스를 이어간 대표팀은 12바퀴를 남기고 네덜란드에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2위를 이어가던 대표팀은 마지막 주자 곽윤기의 질주로 네덜란드의 인코스를 간파했다. 이후 결승선을 향해 발을 뻗은 곽윤기는 네덜란드와 0.002초 차로 승기를 쟁취했다. 

또! 눈뜨고 코베이징...또, 중국 어드밴스 결승 확정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의 시작을 놓쳤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석연치 않은 베이징 올림픽의 판정이 또 나왔다. 

앞선 1조에 출전한 중국은 결승선을 11바퀴 남기고 캐나다와 날이 부딪히며 넘어져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결승선을 끊었다. 그러나 결과는 중국의 어드밴스 결승 진출.

더 석연치 않은 것은 주심은 중국 선수와 날이 부딪힌 캐나다 선수에게 페널티를 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캐나다 선수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넘어진 중국 선수에게만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1조 경기가 마친 후, 돌연 비디오 판정을 선언한 이날의 주심은 남자 1,000m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켰던 피터 워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위원이다. 흠 없는 경기에 비디오 판정 선언은 모두를 '설마'라는 의심을 품게 했지만, 이내 '설마'는 '역시'가 되어 또 한번 쇼트트랙 빙상은 편파 판정에 눈뜨고 코 베이는 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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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논란에도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온 남자 대표팀은 활짝 웃음을 보였다.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던 곽윤기는 "사실 준비한 세리머니가 있는데, 정치적인 파장이 있을 것 같아서 참았다"며 "오늘 한 세리머니는 '내가 왔다'라는 의미였다"고 결승 진출 소감을 전했다. 

쇼트트랙 남자 5,000m는 오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이 치러진다. 결승에는 대한민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그리고 어드밴스를 받은 중국이 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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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팀 킴, 첫 승리 

지난밤 또 하나의 쾌거가 달성됐다. 지난 11일 컬링 여자 국가대표 '팀 킴'이 중국 베이징의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컬링 여자 4인조 리그 2차전에서 영국을 9-7로 꺾고 두 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이날은 좀처럼 보기 힘든 실수들이 연발했다. 3득점이 가능해 보였던 2엔드, 김은정이 마지막으로 던진 스톤이 영국이 아닌 팀 킴의 스톤을 때려 영국에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팀 킴이 5-6으로 뒤지던 8엔드에는 마지막 스톤을 던질 때 손을 늦게 떼는 실수가 나왔다. 빨갛게 그어진 선인 '호그라인'을 넘어 스톤을 던지는 파울을 범해 득점 기회를 날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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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팀 킴의 안경 선배 김은정의 샷으로 절묘한 역전의 맛을 봤다. 

3엔드 상대 수비 스톤을 스치듯이 지나가는 절묘한 샷으로 첫 역전의 발판을 놓은 김은정에 이어 9엔드에는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스톤을 내던져 승리를 예감케 하는 4점 플레이를 만들었다. 9-7로 한국 승리.

경기 후 리드 김선영은 "호그라인 파울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너무 집중하면 그럴 수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는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며 호그라인 파울에 대한 언급에 대응했다. 

임명섭 대표팀 감독도 한마디를 얹었다. 임 감독은 "은정이가 이제 맛있는 것을 살 것"이라고 말하며 재치있는 답변을 남겼다. 언젠가 김은정이 "호그라인 파울을 범하면 맛있는 것 쏘겠다"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팀 킴은 12일(토) 10시 5분부터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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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아이언맨, 떠오르는 신흥 강자 

한국 남자 스켈레톤이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쳤지만, 스켈레톤의 미래는 밝다

첫 올림픽 출전의 정승기는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4분 03초 74를 기록, 25명의 선수 중 10위에 자리했다. 올림픽 기대주로 자리 잡았던 정승기는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첫 올림픽에 10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스타트 순위에서 정승기는 1차 시기 3위를 기록했고, 2차 시기 공동 4위, 3차 시기 8위 등을 기록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아이언맨 윤성빈의 스켈레톤 2연승에는 실패했지만, 주춤했던 초반 기록 1차 시기 공동 6위, 2차 시기 공동 8위과 달리 3차 시기 공동 4위 등을 기록하며 4분 04초 09로 12위에 랭크됐다. 

기존 대한민국 스켈레톤의 폭발적인 스타트는 볼 수 없었지만, 평창에서의 성과가 홈 트랙이라는 이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스켈레톤의 베이징 순위를 단순히 '실패'로 단정짓기엔 섭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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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가 소신의 메시지를 남겼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지난 11일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경기를 마친 후 중계 카메라에 영문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금지"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였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케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뒤덮인 종이를 든 헤라스케비치는 취재진을 향해 "이게 내 입장이다. 다른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조국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원한다"며 "그것을 위해,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근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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