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러시아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미독 정상회담서 가스관 가동 중단안 나와
러시아에 천연가스 의존하는 독일...고민 깊어지나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위한 핵심 카드로 '노르트스트림-2' 중단안을 꺼내들었다.  

[사진=7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7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독 정상회담...러시아 제재안 논의 

지난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워싱턴DC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를 침공할 시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을 중단할 수 있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를 저해하는 러시아와 다른 경쟁자들을 비롯해 중국의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독재가 아닌 자유를 증진한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는 없을 것이라며 "내가 장담한다.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도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는 함께 행동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단합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단계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지난해 1월14일(현지시간) 한 예인선이 독일 비스마르 항구에 위치한 러시아의 해저 가스관 부설 선박으로 향하고 있다. 비스마르|AP연합뉴스
[사진=지난해 1월 14일 한 예인선이 독일 비스마르 항구에 위치한 러시아의 해저 가스관 부설 선박으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대(對)유럽 지렛대 '노르트스트림-2' 

회담에서 대러 제재안으로 거론된 '노르트스트림-2'은 길이만 약 1천230㎞에 달하는 가스관이다.

러시아에서 발트해 밑을 가로질러 독일 해안에 당도하는 직결 파이프 라인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이 낸 묘안이다. 2012년 첫 삽을 떠 지난해 완공됐지만 공식 가동은 보류된 상태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의 대(對)유럽 지렛대로 해석된다. 유럽을 관통하는 라인인만큼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안보·외교·정치에서의 영향력도 키울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미국은 준공 당시부터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에너지난의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독일 입장에서 노르트스트림-2는 저렴한 가스 수송을 위해 필수적이다. 러시아 역시 에너지 수출대국으로 국부의 상당한 부분을 천연가스 수출액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르트스트림-2 제재는 러시아와 독일 양국 모두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로 평가된다. 

[사진=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총리, REUTERS/연합뉴스]
[사진=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총리, REUTERS/연합뉴스]

미묘한 엇박자 독일...나토(NATO) 분열시키나 

회담 이후 독일의 미온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균열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숄츠 총리는 회담에서 미국과 단일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노르트스트림-2 중단을 포함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끝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즉 미국과 함께 행동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가스관 제재에 대한 명확한 약속은 피한 것이다. 

외신도 숄츠 총리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했다. CNN은 숄츠 총리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공약은 반복했지만, 가스관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거부한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시 가스관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숄츠 총리의 동공이 미묘하게 흔들린 것 처럼 보였다며 "'함께 행동할 것'이란 말을 반복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게티이미지코리아]

도이체벨레(DW) 또한 숄츠 총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회담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독일의 애매한 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될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은 앞서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야전 병원을 지원키로 하는 예상 밖의 행동으로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의 손을 놓을 수 없는 독일의 애매한 태도가 이어지며 미국과 나토의 비판 수위도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를 향해 '가능한 모든 제재를 준비할 것'이라던 독일이 경제와 외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챙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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